읽은 것

파견자들

無樂 2025. 2. 3. 20:45

퍼블리온

김초엽 지음

2023년 10월 13일 초판 발행

 

서사에는 구조가 있고 보통 이 구조는 책을 읽으면서 탐색하며 알아나가야 한다. 독서를 여행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문장으로 차곡차곡 뇌에 쌓아가며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는 과정은 여행과 닮은 면이 있다.

파견자들이라는 소설은 아주 낯선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처음 책을 펼치면 이게 어떤 세계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결국 책을 끈기있게 읽으면서 어떤 세계인지 천천히 탐색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초반은 지루하다. 1부, 2부, 연구일지,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에서 1부부터 연구일지에 이르는 300여페이지 상당수는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에 대한 이야기에 할애되어 있고 여기까지 잘 참고 읽어야 마지막 3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구조이다. 소설치고는 진입장벽이 좀 높은 감은 있다. 사실 중간에 접을 뻔했다.

 

이전에 이 작가의 단편을 몇 편 접했을 땐 좀 애매했다. 나쁘진 않은데 그렇다고 좋다고 하기도 애매한 미묘한 구간에 걸려있었다. 그런데 이번 장편을 읽고서야 어떤 작가인지 대강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소설의 세계는 SF적 상상력으로 만들었지만 서사는 로맨스였고 SF물로서는 애매한데 로맨스물 관점에서 보니 재밌었다. 작가도 SF로 데뷔했고 작품도 대개 SF로 분류되는데 작품들을 엄격한 SF로 보려다 보니 어중간해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 이다. 로맨스에 SF스킨을 씌워놓았다고 여기니 그제야 작품이 제법 괜찮게 보였다. 한 사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고 하는데 이 작품이 그러한 것 같다. 누군가한텐 지루한 내용이 될 수 있고, 하드SF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어딘가 밋밋하고 모호한 작품이고, 로맨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신선하고 재밌는 소설일지 누가 아는가. 결론은 소설은 나쁘진 않은데 사람마다 취향은 많이 갈릴 것 같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