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6일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상연.

 

작곡 빈센초 벨리니

원작 알렉산드르 수메

대본 펠리체 로마니

초연 1831년12월 26일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오페라 작품은 많지만 제작비용이 워낙 커서 국내에는 인기작 위주로 상연되는 편이라 정작 무대에 올라오는 작품은 몇 편 되지 않는다. 대략 10편 남짓이라고 하는데 레퍼토리를 살펴보면 모짜르트의 오페라가 제법 많이 제작되는 것 같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작품이 올라올 때가 가끔 있는데 이번 예술의 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오페라인 노르마가 그렇다.

 

   이번 오페라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으로 상연되었다. 오페라는 종합공연예술이라 연출이 중요하다. 로열오페라하우스 연출의 노르마에서는 울창한 숲을 사람이 매달린 수많은 십자가로 세 면을 빼곡하게 채워놓아 시작부터 매우 강렬하고 압도하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 느낌은 극이 끝날 때까지 유지된다. 총 상연시간은 1막 90분, 인터미션 20분, 2막 70분으로 감상하는데 3시간쯤 걸린다. 이정도 대작은 애호가가 아닌 일반인이 재밌게 보기엔 좀 어려움이 있을것 같다.

 

   오페라가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건조하게 줄거리만 살펴보면 그냥 일반적인 드라마와 다르지는 않다. 노르마도 마찬가지다. 배경은 로마의 지배를 받는 갈리아 지방이고 주인공인 노르마는 켈트족의 여사제이다. 켈트족은 점령군을 언제 공격할지 노르마의 예언을 기다리지만 노르마는 그저 기다리라고만 한다. 당연하다. 로마의 지배를 받는 민족을 이끌어가는 의무가 있음에도 로마 총독인 폴리오네와 몰래 내통하여 아이까지 낳은 사이니 말이다. 그런데 애타게 기다리는 노르마의 마음도 내팽개치고 폴리오네는 같은 여사제인 아달지사에 반해 그녀와 함께 로마로 도망치려고 한다. 아달지사는 그 사랑을 거부하지 못하고 노르마에게 그 사랑을 고백하고 노르마는 그 마음에 공감하여 서약에서 풀어주지만 아달지사의 사랑의 대상이 폴리오네라는걸 알게 된 순간 복수를 결심한다.  그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를 죽이려고 하지만 결국 죽이지 못한다. 노르마는 사람들에게 반란을 일으키라는 신호를 보내고 폴리오네는 근처에서 배회하다 잡혀서 끌려온다. 노르마는 폴리오네에게 아달지사를 버리면 자유를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폴리오네는 거절한다. 그래서 노르마는 아달지사를 화형시키겠다고 협박한다. 사람들을 불러 모아 죄지은 여사제가 제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죄지은 자가 누구인지 묻자 노르마는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아버지인 오르베소에게 아이들을 살려줄 것을 간청하고 아버지는 마지못해 동의한다. 그렇게 폴리오네는 화형대에 오르고 오르베소는 화형대에 오르는 노르마를 직접 죽이는 걸로 극은 끝이 난다.

 

    이번 오페라 보면서 용산에 있는 누군가가 자꾸 생각나서 주인공인 노르마에 마냥 이입하기 힘들었고 마지막에 폴리오네와 함께 죽는 걸 보고 후련해졌다. 만약에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매우 화가 났을 것이다. 비극이라도 시대와 국가의 맥락에 따라서는 이 작품의 결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관객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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