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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23.11.20
  4. 2023.10.29

 

 

괘불은 여러 사람이 보이는 큰 법회나 야외에서 불교 의식을 거행할 때 걸어 두는 커다란 불화이다. 평소에는 괘불함에 보관해 두었다가 부처님 오신 날과 같은 특별한 법회가 있는 날에만 꺼내어 걸기 때문에 괘불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주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는 17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제작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사찰에 소장된 괘불을 특별히 공개하는 괘불전을 2006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기간은 초파일이 있는 5월부터 10월까지다.

 

현재 한국에 남아있는 괘불은 120여점이다. 올해 공개된 진천 영수사 영산회 괘불탱은 1653(효종 4)에 제작되어 괘불 중에서도 조성 시기가 이른 편이다. 크기는 세로919cm, 가로570.5cm에 이르며 17폭의 삼베를 이어 화면을 만들었다.

 

화면을 인물 140명이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는 현존하는 괘불 중 가장 많은 수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화면 윗부분 2/3지점까지가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하는 설법회 장면이다. 중앙의 석가모니불이 연화대좌 위에 결가부좌 자세로 있고 부처를 향해 사리불본자가 단정하게 앉아있다. 그 주변에는 부처의 설법을 듣기 위해 보인 여러 보살, 제자와 나한, 벽지불, 사천왕, 금강역사, 팔부중 등이 빼곡하게 배치되어 있다.

 

화면 아래쪽에는 영산 모임에 참석한 대중들이 있다. 그 주변으로 상서로운 오색구름을 배치하여 이곳이 석가모니불의 가르침이 펼쳐지는 성스러운 공간임을 나타냈다. 여기에는 60여명에 달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주악천녀, 제왕, 왕녀, 천녀와 같은 신분이 높은 인물들이 무리지어 있고 도교 선인들과 같은 인물들이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설법을 듣는다. 선인들 옆에는 부처를 향해 절을 하거나 합장하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영수사 괘불은 다른 불화에 비해 채색이 옅은 편이다. 녹색이 가장 많고 적색과 청색, 백색 등이 주된 색이다. 전체적으로 고운 선으로 그려졌는데 인물들의 작은 이목구비와 부드럽게 휘어진 눈썹, 아래로 내리뜬 눈 등은 영수사 괘불을 그린 화승 명옥의 독특한 인물 표현 방식으로 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불교회화실 2충과 3층에 걸쳐 괘불 전용 전시관이 따로 있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그림이니 특별 전시기간에 일부러 보러 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 다행히 전시기간은 긴 편이니 여유있을 때 가서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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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2023년 11월 22일

감독: 김성수

 

전두환은 2021년 11월 23일 사망했고 정확히 2년이 지나고서 이 영화가 개봉됐다. 1979년 12월 12일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알아도 자세히는 몰랐을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난 후에 느낄 감정은 하나일 것이다. 단순히 스크린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사건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이야기다. 한국인이라면 이 영화를 반드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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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7일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연주

작곡 엑토르 베를리오즈

 

베를리오즈의 곡은 아마도 널리 알려진게 환상교향곡이 고작인데 사실 아는 것도 환상교향곡밖에 없다. 이번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지 않았다면 이런 곡이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클래식을 좋아하기는 한데 깊이 파고든다기보다는 가볍게 즐기는 정도라 세세하게 그리고 많이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런 특이한 곡이 연주되면 궁금해서 들어보고 싶어진다.

 

95분으로 교향곡 치고는 많이 길었다. 보통 교향곡이 짧으면 10분에서 30분, 아주 길면 한시간인걸 고려하면 엄청 긴 작품이다. 인터미션없이 95분동안 꼼짝없이 앉아서 듣는게 조금 고역스러웠다. 형식이 특이했는데 3부 7악장으로 일반적인 교향곡 형식과는 매우 다르다. 편성도 크고 합창도 있다. 베를리오즈의 음악이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고 하는데 이번 연주를 들어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중간에 엄청 졸린 부분이 있어서 졸 뻔했고 내 양옆의 관객은 실제로 조금 졸았는데 그 부분이 4악장 꿈의 요정 마브로 자장가가 연주된 파트인 것 같다. 자장가를 연주해서 졸았다면 그 자체로 성공적인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취향은 아니었다. 앞으로도 들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원래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곡가이니만큼 한번 들어보는 건 괜찮은 것 같다. 이 음악이 취향에 맞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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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6일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상연.

 

작곡 빈센초 벨리니

원작 알렉산드르 수메

대본 펠리체 로마니

초연 1831년12월 26일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오페라 작품은 많지만 제작비용이 워낙 커서 국내에는 인기작 위주로 상연되는 편이라 정작 무대에 올라오는 작품은 몇 편 되지 않는다. 대략 10편 남짓이라고 하는데 레퍼토리를 살펴보면 모짜르트의 오페라가 제법 많이 제작되는 것 같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작품이 올라올 때가 가끔 있는데 이번 예술의 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오페라인 노르마가 그렇다.

 

   이번 오페라는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으로 상연되었다. 오페라는 종합공연예술이라 연출이 중요하다. 로열오페라하우스 연출의 노르마에서는 울창한 숲을 사람이 매달린 수많은 십자가로 세 면을 빼곡하게 채워놓아 시작부터 매우 강렬하고 압도하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 느낌은 극이 끝날 때까지 유지된다. 총 상연시간은 1막 90분, 인터미션 20분, 2막 70분으로 감상하는데 3시간쯤 걸린다. 이정도 대작은 애호가가 아닌 일반인이 재밌게 보기엔 좀 어려움이 있을것 같다.

 

   오페라가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건조하게 줄거리만 살펴보면 그냥 일반적인 드라마와 다르지는 않다. 노르마도 마찬가지다. 배경은 로마의 지배를 받는 갈리아 지방이고 주인공인 노르마는 켈트족의 여사제이다. 켈트족은 점령군을 언제 공격할지 노르마의 예언을 기다리지만 노르마는 그저 기다리라고만 한다. 당연하다. 로마의 지배를 받는 민족을 이끌어가는 의무가 있음에도 로마 총독인 폴리오네와 몰래 내통하여 아이까지 낳은 사이니 말이다. 그런데 애타게 기다리는 노르마의 마음도 내팽개치고 폴리오네는 같은 여사제인 아달지사에 반해 그녀와 함께 로마로 도망치려고 한다. 아달지사는 그 사랑을 거부하지 못하고 노르마에게 그 사랑을 고백하고 노르마는 그 마음에 공감하여 서약에서 풀어주지만 아달지사의 사랑의 대상이 폴리오네라는걸 알게 된 순간 복수를 결심한다.  그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를 죽이려고 하지만 결국 죽이지 못한다. 노르마는 사람들에게 반란을 일으키라는 신호를 보내고 폴리오네는 근처에서 배회하다 잡혀서 끌려온다. 노르마는 폴리오네에게 아달지사를 버리면 자유를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폴리오네는 거절한다. 그래서 노르마는 아달지사를 화형시키겠다고 협박한다. 사람들을 불러 모아 죄지은 여사제가 제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죄지은 자가 누구인지 묻자 노르마는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아버지인 오르베소에게 아이들을 살려줄 것을 간청하고 아버지는 마지못해 동의한다. 그렇게 폴리오네는 화형대에 오르고 오르베소는 화형대에 오르는 노르마를 직접 죽이는 걸로 극은 끝이 난다.

 

    이번 오페라 보면서 용산에 있는 누군가가 자꾸 생각나서 주인공인 노르마에 마냥 이입하기 힘들었고 마지막에 폴리오네와 함께 죽는 걸 보고 후련해졌다. 만약에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매우 화가 났을 것이다. 비극이라도 시대와 국가의 맥락에 따라서는 이 작품의 결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관객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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