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다른, 에이자 레이든 작, 이가영 옮김

원제 STONED 2015년 출판

2016년 4월 20일 한국어판 초판 발행

 

보석은 보기에도 즐겁지만 그 보석에 얽힌 이야기는 더욱 즐겁다. 특히 그 이야기가 세계사의 굵직하고도 결정적인 장면이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면 그 재미는 배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라 이해하기 쉽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 화려한 보석이 있어서 흥미진진하다.

 

일단 시작은 맨해튼과 맞바꾼 유리구슬이다. 고작 유리구슬과 섬을 맞바꾸었다니 납득이 안갈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 맨해튼은 인디언들에게 굴따는 섬이었고 유리구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값진 보물이었다. 보석의 가치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고 그 가치는 시대에 따라 수시로 달라지기니만큼 지금 보면 이상하고 불합리해보이는 거래도 그 당시로 가서 살펴보면 매우 합당했다고 한다. 처음 안 사실이다.

 

그다음은 다이아몬드다. 아주 뜻밖의 사실을 가감없이 밝히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생각보다 흔한 보석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귀한 것도 아니며 심지어 예전에는 선호 보석도 아니었다. 다이아몬드가 비싼 이유는 공급량 조절과 대단히 성공한 마케팅 덕분이었다. 랩다이아몬드와 모이사나이트가 나온 지금 다이아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이 책이 출판된 2015년엔 둘 다 그렇게 알려지진 않았으니. 만약 개정판이 나온다면 뒷내용이 좀 더 추가될 것 같다.

 

세번째는 에메랄드다. 에메랄드 이야기는 신대륙과 관련이 있다. 자동적으로 신대륙의 참혹한 약탈 이야기가 나온다. 네번째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 사건이고 다섯번째는 가장 유명한 진주인 라 펠레그리나에 얽힌 영국의 여왕 이야기고 여섯번째는 로마노프 왕실의 보석달걀 이야기다. 파베르제가 제작한 로마노프 왕실의 달걀들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계속 검색하면서 읽었다. 책에는 파베르제의 달걀이 52개가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남아있는건 43개 정도인 것 같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일본의 양식진주다. 예전엔 진주는 모두 천연 진주였고 생산량이 너무 적어서 왕족외엔 소장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미키모토 고키치가 진주 양식에 성공하면서 판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한다. 개항으로 일본이 빠르게 근대화하는 시대에 맞물려 진주 양식에만 집중하고 마케팅까지 성공한 이야기는 인간승리를 느끼게 하는 면이 있겠지만 내가 일본을 별로 안좋아해서 그런지 그냥 그렇고 왜 일본인들이 진주에 매달리는 알 것 같고 야코야 진주는 절대로 사지 않겠다.

 

마지막 이야기는 뜻밖에도 시계다. 보석 이야기에 시계가 나오는게 이상할 수도 있는데 읽어보면 납득하게 된다. 기술의 집약체였던 시계는 그 자체로 과시하기 좋은 장식품이었고 최초의 손목시계도 한 귀족 부인의 과시욕에서 제작되었다. 처음엔 여성들의 사치품으로 치부되어 남성들이 기피하던 손목시계가 뜻밖에도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대중화되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남성들의 필수품이 되는 과정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미 책의 모든 이야기가 다 재밌는데 마지막 이야기가 제일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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