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레인은 영국의 생화학자이자 저술가이다. 석학이 대중 상대로 책을 쓰는 경우는 꽤 있고 명저라고 칭할 만한 책도 많지만 이 분의 저서들은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다. 공저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다섯 권을 냈는데 모두 다 숙고하여 읽을 가치가 있다. 다만 화학과 생물학 지식이 전무하면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과 학부에서 유기화학과 생화학을 1년씩 공부한 사람이 아니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곤란한 정도의 난이도라 권유하기는 좀 애매하고 책에서 다루는 범위가 생물학과 생화학을 벗어나 여러 학문을 넘나들기 때문에 광범위한 과학 지식이 없으면 이공계 전공자들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원래 어려운 건 어렵게 익혀야 한다고 한다. 이 정도 어려움은 스스로 극복해야 생명의 비밀에 다가갈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출간된 순서대로 책 정보를 나열해 보았다. 순서대로 읽어도 되고 관심 가는 것부터 읽어도 되지만 읽다보면 알게 될텐데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다루는 내용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계속 되새기며 읽어야 하고 읽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같은 주제를 각기 다른 관점으로 서술했다고 여기면 되는데 생물학이란 분야가 매년 새롭고 놀라운 연구가 쏟아져나오는 분야라 그런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어려워서 재미는 없을지 모르나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들만큼 흥미로운 내용도 없을 것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글을 쓰다 보면 알게 모르게 글쓴이의 의중이 문장에 반영된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문장 사이사이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생각과 감정이 감동적이다. 책 전반에서 느껴지는 연구대상에 대한 진지함과 생명에 대한 애정 때문에 책을 찾게 된 것 같다.

 

 

산소

양은주 옮김

OXYGEN : The Molecule That Made The World 2002년 출판

2016년 10월 31일 한국어판 초판 발행 (뿌리와이파리)

이 분의 첫 저서이다. 무려 2002년에 처음 출간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새롭고 놀랍다. 첫 출간일자와 한국어판 출간 일자 사이에 간격이 유독 많이 떨어져 있는데 중간에 한 번 출간되었다가 절판되고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새로 출간되었다.

원제에 세상을 만든 원소라고 아예 박아 놓았다. 과학자 치고는 대단히 자신만만한 제목인데 읽어보면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알게 된다. 왜 산소여야 했는가? 어떻게 산소가 세상을 만들었는가? 왜 금성과 화성에는 생명이 없는가? 외계생명체의 존재에 왜 회의적인가?를 일목요연하게 서술하고 있다. 생물학이 유전자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실제로 유전자 중심으로 생각하게 하는데 이 책은 유전자가 아닌 에너지의 관점에서 생명을 서술하고 있다. 20년도 전에 출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신선한 게 생명을 보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다섯 권의 저서 중에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분의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제일 처음에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미토콘드리아

김정은 옮김

Power, Sex, Suicide-Mitochondria And The Meaning Of Life 2005년 출판

2009년 1월 23일 한국어판 발행 (뿌리와이파리)

산소 다음에 나온 책은 미토콘드리아이다. 산소 다음에 미토콘드리아인 이유는 미토콘드리아가 바로 산소호흡으로 세포의 에너지 공급을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에 편입돠어 공생함으로서 세균은 다세포 생물으로 진화할 수 있었고 미토콘드리아 때문에 생물인 결국 성을 분화해야 했다는 이야기를 아주 설득력있게 서술하고 있다.

 

 

생명의 도약

김정은 옮김

Life Ascending : The Ten Great Inventions Of Evolution 2008년 출판

2011년 3월 25일 한국어판 발행 (글항아리)

이번 책은 어려운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고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이 든다. 각기 다르지만 크게 보면 모두 연결되는 10가지 주제를 나름 가볍게 다루고 있는데 연구들을 정리해서 요약한 것 같기도 한다. 다섯 권을 다 읽지 못하면 이 책만 읽어도 될 것 같다. 생물학 교양서로 무난한 난이도라 만약 다섯 권 중 딱 한 권만 읽겠다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바이털 퀘스천

김정은 옮김

THE VITAL QUESTION : Why Is Life The Way It Is? 2015년 출판

2016년 7월 5일 한국어판 발행 (까치글방)

다섯 권 중 제일 어려웠다. 워낙에 다루는 범위도 넓고 폭넓은 과학지식이 없으면 전공자도 쉽지 않을 내용이라 생각한다. 어렵지만 도전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읽기를 권한다.

 

 

트랜스포머

김정은 옮김

TRANSFORMER : The Deep Chemistry Of Life And Death 2022년 출판

2024년 6월 10일 한국어판 발행 (까치글방)

제목이 트랜스포머라서 로봇영화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로봇은 안 나온다. 대학에서 전공과목으로 생화학 강의를 들은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회로. 생화학을 공부하면 반드시 외워야 하는 크렙스 회로. 시트르산 회로라고도 부르는 이 회로가 어떻게 발견되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차근차근 다루고 있다. 생화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그 분야의 발견에 대한 역사까지 상세하게 아는 건 아니고 과학사는 또 다른 영역이고 잘 몰랐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꽤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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