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쿨란스키 작, 박중서 옮김

COD 1997년 출판

2014년 2월 28일 한국어판 발행

알에이치코리아

 

얼마 전 최재천 교수의 추천사를 받은 책 한 권이 재출간되었다. 정확히는 재재출간이다. 1997년에 나온 이 책은 1998년에 한국에 출판되었다가 절판되었는데 2014년에 완역하여 재출판되었다. 이번에 나온 책은 2014년에 나온 책을 다시 디자인하고 최재천 교수가 감수를 맡아 출판한 것 같다(번역자는 동일하다). 처음엔 재출간된 책인 줄 모르고 있다가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 이 책을 발견하고는 호기심이 일어 읽게 되었다.

첫 출간이 1997년이라 이 책에 담긴 내용은 20세기 말까지로 한정된다. 거의 30년 전 이야기임에도 바로 현재를 다루는 듯한 생생함이 남아 있는데 그 이유는 책의 내용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왕을 중심으로 국가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거시적인 역사와는 별개로 한 품목의 역사를 추적하는 미시사는 아주 색다른 재미가 있는데 그 중 먹거리의 역사는 유난히 각별한 느낌이 든다. 사람은 매일 뭔가를 먹어야 하기에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저자가 미국인이라 대구의 역사도 대체로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전개했다. 하지만 국민생선인 명태가 대구의 일종인 왕눈폴락대구임을 알게 되니 이게 단순한 서양의 생선 이야기로 보이지 않았다. 대서양에서 말 그대로 바구니로 퍼낼 정도로 너무 많아서 절대로 고갈되지 않을 거라 여겼던 대구가 너무 빠르게 줄어드는 바람에 상업적으로 멸종해 버렸다는 이야기는 기시감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21세기 들어 동해에서 많이 잡히던 오징어와 명태가 사라지고 이제 대부분 수입하고 있는데 같은 현상이 이미 20세기 말에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해졌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문제의 심각성을 차치하고 대구가 서양의 식문화와 얼마나 밀접한지 차근차근 접근하는 방식도 재밌고 무엇보다 비슷한 부류의 논픽션 서적에 비해 분량이 많지 않고 가벼운 편이라 읽는 데 부담이 없다. 중간중간 삽입된 옛날 서양의 대구 레시피도 읽을만 하다. 이 책을 읽다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내용 일부가 갑자기 생각났다.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에서 게르다가 카이를 찾으러 가는 여정 중에 라플란드 할머니가 말린 대구에 편지를 써서 핀란드 여자에게 전해주라며 게르다에게 주는 장면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게르다가 받은 대구편지의 정체를 알 것 같다. 분명 그 대구는 장대건조 대구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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