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파머 작, 박병철 옮김

THE PRIMACY DOUBT 2022년 출판

2024년 10월 21일 한국어판 발행

디플롯

 

 

카오스로 대표되는 복잡계과학은 놀라운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오는 분야인 것 같다. 이 분야에서 다루는 수학은 너무 어려워서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접근하기는 어렵지만 그 결과물을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교양서는 흥미롭기 그지없다. 이제 이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많아져서 그런지 괜찮은 교양서도 많이 나온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복잡계과학 교양서 중에서 가장 재밌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보통 책을 읽기 전에 책에 간단하게 소개된 저자의 이력을 한번 훑고 서문은 건너뛰는 편인데 이 책은 옮긴이의 글부터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번역자는 전직 대학교수로 지금은 과학 분야의 서적을 집필하고 번역하고 있고 저자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지도하에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기후로 분야를 바꿔 앙상블 예측 시스템을 개발했다. 우리가 매일 보는 일기예보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본인이었다. 이론물리학자들은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주제로 우주를 연구한다고 생각했는데 특이하게 매일 우리가 보는 날씨를 연구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이유가 서문에 적혀 있다.

과학자의 연구는 삶과 분리되지 않는다. 서문에는 자신이 왜 분야를 바꾸었는지 마치 고백처럼 쓰여있다. 수학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뛰어난 물리학자가 일상적인 것을 연구하면 얼마나 대단하고 재밌는 성취가 나오는지를 보여준 것 같다.

어려운 것을 익히려면 어렵게 배워야 한다고 한다. 이 책도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 그래도 저자는 대단히 어려운 것을 조금 어려운 수준으로 풀이했다. 각 장은 개별적으로 구성되 있어서 어려운 부분은 건너뛰고 흥미로운 부분만 찾아 읽어도 된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통독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

통계학이나 경제학, 복잡계과학 교양서라면 대부분 한번은 다루는 주제가 경제위기다. 경제위기를 다루는 그래프에 나오는 것이 바로 정규분포의 두꺼운 꼬리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게 한 통계학 책에서는 코셔분포라고 한 걸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으면서 그래프에 길고 굵은 꼬리가 있으면 그 저번에는 비선형적 특성이 존재한다고 써놨다. 오랫동안 의문이었던 두꺼운 꼬리의 정체가 대체 무엇이었는지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마찬가지로 복잡계과학 교양서를 읽다보면 반드시 나오는 법칙이 하나 있는데 이 책에도 역시 나온다. 80대 20법칙 혹은 파레토의 법칙으로 알려진 멱법칙인데 이 법칙은 한 수가 다른 수의 거듭제곱으로 표현되는 두 수의 함수적 관계이다. 멱법칙은 거의 모든 다중규모 시스템 즉 질병확산, 경제, 날씨, 우주 전체의 비선형적 특성을 설명해준다고 한다. 여러 서적에서 멱법칙은 하도 많이 나와서 그 중요성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확신이 든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반드시 공부하고 숙고해야 할 수학법칙이 바로 이 멱법칙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깨닫는 건 아주 어려운 사실들이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사실들을 다루고 있다. 만약 복잡계과학책을 딱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나는 다른 건 볼 것 없이 이 책을 선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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