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토머스 모어 작, 전경자 옮김.

 

유토피아는 2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라파엘 휘틀로다이우스라는 인물과 여러 사람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고 2부는 토마스 모어가 라파엘 휘틀로다이우스에게 들은 어떤 섬에 대한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적혀있다. 물론 라파엘 휘틀로다이우스는 가상의 인물이며 그가 이야기한 섬도 가상의 나라이긴 하지만 실감나게 쓴 덕분에 유토피아를 실존하는 섬으로 여긴 독자도 있었던 듯 하다.

 

가상의 인물을 통해 가상의 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지만 그 내용은 21세기에도 유효한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고려해야 할 부분은 이 책이 1515년에 2부를 집필하고 다음해에 1부를 덧붙여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이 책에 대해 수많은 논쟁이 오갔지만 토마스 모어 사후에도 계속 이 책이 회자되는 이유는 이 책에서 묘사한 이상사회의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화두를 끊임없이 던지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는 과연 무엇인가. 국가는 국민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에서 그치지 않고 정의로워야 함을 항시 강조하고 있으며 유토피아 2부 끝에서 모어는 번영하는 국가들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국가라는 이름하에 자신들의 이익을 축적하고 있는 부자들의 음모뿐이라고 적어놓았다. 이 부분에 붙은 주석에서 이 주장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에 나오는 내용으로 정의를 없애버린다면 국가란 거대한 사기 집단이 아니고 무엇이냐?’이다.

 

국가가 권력자들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토마스 모어는 끊임없이 비판했다고 한다. 토마스 모어의 삶을 짧게나마 살펴보면 올바른 것을 추구하고 잘못된 것에는 굽히지 않으며 매우 절제되고 모범적으로 살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판사 집안에서 태어나 당시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고 만인의 존경을 받으며 많은 지식인과 교류하고 대법관까지 지냈지만 왕의 계승 문제에 동의하지 않아 결국 반역 은닉죄로 고발되 사형을 당했다. 최고의 권력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고 정의를 추구하고 올바름을 실천하여 많은 존경을 받았겠지만 동시에 적도 제법 있었지 않나 추측해본다,

 

5백년이 지난 지금에 유토피아를 읽어보니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행간에 떠오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요약도 할 수 없다. 유토피아는 애당초 이룩할 수 없는 이상사회를 묘사했지만 수백년이 지난 지금 유토피아의 일부는 이루어진 것 같다. 하지만 어떤 것은 인간의 본성 때문에 절대로 이룰 수 없을 것 같다. 다 읽고 나서 200페이지 남짓한 그다지 길지는 않는 이 책을 현대의 극우남성이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할지 아주 잠시 상상해 보았다. 아마도 지만 토마스 모어를 좌빨페미로 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석 천 개의 유혹  (1) 2023.11.27
농경의 배신  (1) 2023.11.20
부천괴담집  (0) 2023.11.07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  (0) 2023.11.02
제3제국사  (0) 2023.10.31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