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상 안토니 비버 작, 조윤정 옮김

원제 스탈린그라드 1998년 초판 발행,

2012년 5월 31일 한국어판 초판 발행.

 

제3제국사를 읽고 나서 관심이 생긴 전쟁이 바로 독소전이다. 독일이 추축국인 이탈리아와 일본과 함께 전세계를 들쑤셔놓는 바람에 각국마다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그 나라들 중에서 가장 독보적으로 독일과 싸운 나라는 단연 소련이라고 할 수 있다. 독소전에 대해 찾아보면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같이 나온다. 국내에 번역된 관련 도서 중 일반인을 위한 책은 이게 유일한 것 같은데 그나마도 지금은 품절이라 중고책방이나 도서관에나 찾을 수 있다. 

 

독소전 아니 인류 역사상 단일 전투로 가장 큰 인명피해가 난 곳이 바로 스탈린그라드다. 지금은 볼고그라드라고 부르는데 서울이 한강을 가운데 끼고 있는 것처럼 볼가강을 가운데 끼고 있는 도시라 볼고그라드라는 이름이 적절한 것 같다. 600페이지쯤 되는 책을 읽고나서 이 도시에서 벌어진 전투가 대체 뭔지 한 줄로 요약한다면 미친놈과 도른놈이 붙어서 각국의 국민 수천만명이 죽고 다친 전투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당시 히틀러는 현실도피중이었고 스탈린은 편집증이 심했다고 하는데 피루스의 승리나마나 결국 소련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의 국토가 매우 방대하고, 러시아의 겨울이 살인적으로 추운데도 불구하고 독일군이 방한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독일군에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였다. 전쟁에서 보급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 책을 읽고나면 알게 되는데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창 때의 군인들이 전장에서 총을 들기도 전에 그냥 죽는다. 추위와 영양실조와 스트레스와 질병이 총칼보다 사람을 더 많이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이 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참혹한 이야기밖에 없다. 간간히 웃긴 에피소드도 있긴 한데 600페이지 내내 참으로 담담하게 끔찍한 기록을 늘어놓고 있다. 실제는 허구를 언제나 뛰어넘는데 이 기록을 읽고 나면 어지간한 아포칼립스 소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 같다. 아무리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스탈린그라드 전투보다는 더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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