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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무 데이비드 바드르 작, 김한영 옮김

원제 On Task 2020년 출간

2022년 2월 14일 한국어판 초판 발행

 

책을 다섯 권 사면 이 중 한 권은 읽지 않는다. 그렇게 책장에 꽂혀만 있는 책을 읽어 보겠다고 고르다가 이 책을 집었다. 책을 샀다고 다 읽지는 않듯이 이 책은 왜 생각을 한다고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제법 길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물론 완전하지는 않다. 아직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은 커피로 시작한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어떻게 커피를 내리는지 그 과정을 알 수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인지과학에서는 얼마나 난해한지 미리 알려준다. 그러면서 이 책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고 친철하게 적어놓았다. 실제로도 좀 난이도가 있다. 취미로 가볍게 읽기엔 꽤 어렵지만 뇌과학이나 인지과학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한번 읽어볼만하다.

 

흔히들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바로 행동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그러지 못하는 것을 의지력의 문제로 몰아가는데 이 책은 생각과 행동 사이에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큰 간격이 있다고 말한다. 뇌가 일을 처리하는 위계 구조는 멀티태스킹에 적합하지 않고 가치와 행동집행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전두피질은 가장 늦게 형성된만큼 취약하다. 온갖 자극으로 넘쳐나는 세상에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어떻게 통제할지 고민하는데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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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주)아작

단요 지음

2023년 6월 14일 발행

 

문윤성 SF 문학상이라는 다소 생소한 공모전이 있는 모양인데 문윤성이 누구인지 찾아보니 한국 최초의 장편SF를 쓴 작가인가보다. 그 작가를 기념하는 문학상인가본데 이 공모전의 3회 당선작이라고 한다. 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는데 서가를 둘러보다보면 손에 닿는 제목이 있다. 이 책도 그렇게 집게 된 작품이다.

 

예전의 SF소설은 어느 정도는 미래를 예견하는 기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현실의 변화가 소설적 상상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지금은 뭘 상상하든 이미 현실은 그 앞을 빠르게 앞지르고 있는 것 같다. 통제불능이다. 미래예견적이고 신선해야 할 SF라는 장르가 빠르게 식상해지고 있는게 이상하지 않다. 그렇지만 식상해보이는 이야기라도 관점만 바꾸면 언제든지 그 생기를 되찾을 수 있다. 이 소설의 주 소재인 인공지능은 설령 여러 매체에서 많이 다루었다고해도 벌써 진부하다고 하기엔 아직 논의가 많은 것 같지만 있음직한 이야기를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인물들을 배치하여 그럴듯하게 풀어나가고 있어서 재밌었다. 이 소설이 인공지능을 다루고 있다 해도 그 중심에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대단하다해도 사람의 모습을 만들고 비추는 도구이다. 문제는 그 도구가 가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만든 칼은 잘 쓰면 유용하지만 작정하면 사람을 살상할 수 있듯이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지능 또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을 살릴수도 죽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해도 그 이야기는 현재와 밀접하게 맞닿아있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240페이지는 소설이고 90페이지는 소설과 인공지능에 대한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는데 뒤의 에세이는 읽지 않았다. AI에 대한 심도 싶은 연구가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을테고 관심도 많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건 아니다. 소설은 재밌게 읽었지만 골치아파 보이는 에세이까지 읽을 의무는 없기에 고민않고 스킵했다. 에세이는 소설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을 원하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어도 무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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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도서출판 다른, 에이자 레이든 작, 이가영 옮김

원제 STONED 2015년 출판

2016년 4월 20일 한국어판 초판 발행

 

보석은 보기에도 즐겁지만 그 보석에 얽힌 이야기는 더욱 즐겁다. 특히 그 이야기가 세계사의 굵직하고도 결정적인 장면이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면 그 재미는 배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라 이해하기 쉽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 화려한 보석이 있어서 흥미진진하다.

 

일단 시작은 맨해튼과 맞바꾼 유리구슬이다. 고작 유리구슬과 섬을 맞바꾸었다니 납득이 안갈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 맨해튼은 인디언들에게 굴따는 섬이었고 유리구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값진 보물이었다. 보석의 가치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고 그 가치는 시대에 따라 수시로 달라지기니만큼 지금 보면 이상하고 불합리해보이는 거래도 그 당시로 가서 살펴보면 매우 합당했다고 한다. 처음 안 사실이다.

 

그다음은 다이아몬드다. 아주 뜻밖의 사실을 가감없이 밝히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생각보다 흔한 보석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귀한 것도 아니며 심지어 예전에는 선호 보석도 아니었다. 다이아몬드가 비싼 이유는 공급량 조절과 대단히 성공한 마케팅 덕분이었다. 랩다이아몬드와 모이사나이트가 나온 지금 다이아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이 책이 출판된 2015년엔 둘 다 그렇게 알려지진 않았으니. 만약 개정판이 나온다면 뒷내용이 좀 더 추가될 것 같다.

 

세번째는 에메랄드다. 에메랄드 이야기는 신대륙과 관련이 있다. 자동적으로 신대륙의 참혹한 약탈 이야기가 나온다. 네번째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 사건이고 다섯번째는 가장 유명한 진주인 라 펠레그리나에 얽힌 영국의 여왕 이야기고 여섯번째는 로마노프 왕실의 보석달걀 이야기다. 파베르제가 제작한 로마노프 왕실의 달걀들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계속 검색하면서 읽었다. 책에는 파베르제의 달걀이 52개가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남아있는건 43개 정도인 것 같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일본의 양식진주다. 예전엔 진주는 모두 천연 진주였고 생산량이 너무 적어서 왕족외엔 소장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미키모토 고키치가 진주 양식에 성공하면서 판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한다. 개항으로 일본이 빠르게 근대화하는 시대에 맞물려 진주 양식에만 집중하고 마케팅까지 성공한 이야기는 인간승리를 느끼게 하는 면이 있겠지만 내가 일본을 별로 안좋아해서 그런지 그냥 그렇고 왜 일본인들이 진주에 매달리는 알 것 같고 야코야 진주는 절대로 사지 않겠다.

 

마지막 이야기는 뜻밖에도 시계다. 보석 이야기에 시계가 나오는게 이상할 수도 있는데 읽어보면 납득하게 된다. 기술의 집약체였던 시계는 그 자체로 과시하기 좋은 장식품이었고 최초의 손목시계도 한 귀족 부인의 과시욕에서 제작되었다. 처음엔 여성들의 사치품으로 치부되어 남성들이 기피하던 손목시계가 뜻밖에도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대중화되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남성들의 필수품이 되는 과정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미 책의 모든 이야기가 다 재밌는데 마지막 이야기가 제일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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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함께 제임스 스콧 작, 전경훈 옮김

원제 Against the Grain 2017년 초판 발행

2019년 12월 24일 한국어판 초판 발행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면 책의 성향을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정치학 석좌교수이면서 농경연구공동책임자이기도 하다. 정치학과 농경의 조합이 얼뜻 보면 잘 납득이 안갈 수도 있지만 이 두가지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책을 읽고 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인류학을 전공하지 않은 정치학자가 쓴 인류학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저자가 역사적 대항서사의 대가라는 평판을 얻고 있는 것을 감안하고 읽으면 더욱 재밌다.

 

책의 서장을 포함해서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장은 전체 내용의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어서 책을 전부 읽기 힘들다면 서장만 읽어봐도 된다. 1장은 길들이기, 2장은 경관 조성, 3장은 전염병, 4장은 농생태, 5장은 인구 통제, 6장은 초기 국가의 취약성, 7장은 야만인들의 황금시대를 다루고 있는데 6장까지는 잘 서술하고 있는 반면에 7장만 어딘가 미완성된 느낌이 있다. 1장부터 6장까지는 각각의 장마다 한 학문을 이루고 있고 연구도 많이 된 것에 비하여 7장은 아직 여러모로 미흡한 부분이 많아 그런것 같기도 하다. 간만에 농경과 국가에 대해 신선한 관점을 접했고 저자 성향상 이 책이 학계의 주류 의견은 아니겠지만 그래서 이 내용들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학이나 고고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아주 큰 틀에서 기존 지식을 재배열해볼수 있을 것이다. 설령 그 분야에 관심이 없다 해도 책 자체로도 읽는 즐거움이 있다. 간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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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2일 초판발행

 

부천에서 매년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브릿g를 통해 시민공모전을 열었고 그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을 모아 낸 것이 부천괴담집이다. 비매품으로 되어 있어서 영화제 당시에 배포한 모양이고 지금은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배포하고 남은 부수는 도서관에 기증한 것 같다. 사실 도서관에 들어와서 읽을 수 있었다. 도서관이 아니었다면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공모전 모음집이라 당선작들은 특성상 장편이 아닌 단편들이고 생각 외로 재밌다. 부천괴담집이란 제목답게 부천을 배경으로 한 단편들이 상당수였다. 부천이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괴담을 만든 작가들의 고민 덕분에 부천이 옛날에는 복숭아로 유명했고 지역무형문화재로 도당굿이 있으며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관련된 사당과 뱀과 연관된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는 것 같다. 이 괴담집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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