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樂雜記

괘불은 여러 사람이 보이는 큰 법회나 야외에서 불교 의식을 거행할 때 걸어 두는 커다란 불화이다. 평소에는 괘불함에 보관해 두었다가 부처님 오신 날과 같은 특별한 법회가 있는 날에만 꺼내어 걸기 때문에 괘불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주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는 17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제작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사찰에 소장된 괘불을 특별히 공개하는 괘불전을 2006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기간은 초파일이 있는 5월부터 10월까지다.

현재 한국에 남아있는 괘불은 120여점이다. 올해 공개된 진천 영수사 영산회 괘불탱은 1653년(효종 4년)에 제작되어 괘불 중에서도 조성 시기가 이른 편이다. 크기는 세로919cm, 가로570.5cm에 이르며 17폭의 삼베를 이어 화면을 만들었다.

화면을 인물 140명이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는 현존하는 괘불 중 가장 많은 수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화면 윗부분 2/3지점까지가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하는 설법회 장면이다. 중앙의 석가모니불이 연화대좌 위에 결가부좌 자세로 있고 부처를 향해 사리불본자가 단정하게 앉아있다. 그 주변에는 부처의 설법을 듣기 위해 보인 여러 보살, 제자와 나한, 벽지불, 사천왕, 금강역사, 팔부중 등이 빼곡하게 배치되어 있다.

화면 아래쪽에는 영산 모임에 참석한 대중들이 있다. 그 주변으로 상서로운 오색구름을 배치하여 이곳이 석가모니불의 가르침이 펼쳐지는 성스러운 공간임을 나타냈다. 여기에는 60여명에 달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주악천녀, 제왕, 왕녀, 천녀와 같은 신분이 높은 인물들이 무리지어 있고 도교 선인들과 같은 인물들이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설법을 듣는다. 선인들 옆에는 부처를 향해 절을 하거나 합장하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영수사 괘불은 다른 불화에 비해 채색이 옅은 편이다. 녹색이 가장 많고 적색과 청색, 백색 등이 주된 색이다. 전체적으로 고운 선으로 그려졌는데 인물들의 작은 이목구비와 부드럽게 휘어진 눈썹, 아래로 내리뜬 눈 등은 영수사 괘불을 그린 화승 명옥의 독특한 인물 표현 방식으로 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불교회화실 2충과 3층에 걸쳐 괘불 전용 전시관이 따로 있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그림이니 특별 전시기간에 일부러 보러 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 다행히 전시기간은 긴 편이니 여유있을 때 가서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시중에는 수많은 건강기능식품 정보와 제품이 난무하고 있고 범람하는 정보로 인해 제품선택에 혼란과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 그렇기에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고 요점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증상에 따라 분명한 효과를 보이는 의약품과는 달리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과 식품 사이의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다. 의약품만큼 즉각적인 효과는 보이진 않으나 장기적으로 복용했을 땐 식품보다는 확연한 변화를 주는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보다 규제와 부작용도 적으면서 효과를 중심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영역이 넓다. 그 결과 온갖 건기식 광고로 매스미디어가 도배되고 있고 그래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단편적인 지식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는 질 높은 정보가 필요한데 이런 정보는 공을 들여 만들어야 한다. 이런 취지로 증상을 중심으로 건기식 종류를 정리하려고 하며 그 첫 번째로 수면영양제를 선택했다.

생활습관의 변화와 광공해, 전자기기 때문에 수면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으나 향정신성의약품인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는 의존증 등의 위험이 있어 장기복용엔 적합하지 않은데다 벤조디아제핀계 신경안정제는 노인들의 경우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매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아론 같은 수면유도제는 항히스타민제라 항콜린작용 때문에 노인들 특히 남성노인들에게 주의를 요하며 수면 질도 높지 않은 편이다. 이러한 문제로 수면제와 수면유도제를 복용하기 곤란한 환자들에게 권할 만한 수면영양제를 찾아보았다. 단 특정 회사의 제품이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기타 검색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원료와 성분 중심으로 작성하였으니 제품을 선택할 때 성분을 먼저 확인하고 판단하기를 권장하며 이 글이 올바른 제품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

건기식 원료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고시형 원료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인정형 원료다. 고시형 원료는 식약처에서 인체적용 등 과학적 근거를 평가하여 건강기능식품공전에 등재된 기능성 원료를 의미한다. 개별인정형 원료는 건강기능식품공전에 등재되지 않았지만 식약처장이 영업자가 제출한 원료의 안정성과 기능성, 기준 규격 자료를 검토하여 개별적으로 인정한 기능성 원료를 의미한다. 고시형 원료와 개별인정형 원료의 차이는 고시형 원료는 누구나 제조할 수 있지만 개별인정형 원료는 인정을 받은 영업자만 제조, 수입이 가능한 차이가 있으며 개별인정형 원료는 요건을 충족하면 고시형으로 전환될 수 있다.

식약처에서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에는 건기식 원료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증상별 건기식원료에서 수면을 검색해 보면 고시형은 없고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로 5종이 검색되며 그 원료는 다음과 같다.

L-글루탐산발효가바분말

감태추출물

미강주정추출물

아쉬아간다추출물

유단백가수분해(락티움)

①L-글루탐산발효GABA분말

GABA는 감마아미노부티르산의 줄임말로 중추신경계에서 주로 발견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다. GABA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너그럽게 하는 신경전달물질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대사작용에 중요한 NAD를 만들어내는 크렙스 회로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GABA는 생체내에서 메티오닌 회로를 통해 글루타치온으로부터 글루탐산으로 변환되고 글루탐산은 비타민B6 도움으로 GABA가 만들어진다. 글루탐산발효GABA분말은 생체합성경로로 생성되는 GABA와 동일하며 그만큼 안정성도 높아 식약처로부터 수면질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았다.

GABA의 주 효능은 수면질 개선, 스트레스 완화, 두통 완화다.

1일 권장 섭취량은 300~600mg이다.

부작용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과량 섭취시 두통,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②감태추출물

해조류인 감태로부터 추출한 성분으로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기능성분은 디엑콜(Dieckol)이다. 감태추출물이 수면을 촉진하는 기전은 GABA유사활성, 멜라토닌 생산 증가,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 아데노신 수용체 결합, 항산화작용이다.

수면기전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트립토판으로부터 세로토닌이 합성되고 세로토닌은 멜라토닌으로 변환된다. 세로토닌은 멜라토닌의 전구체이므로 세로토닌 재흡수를 억제하면 멜라토닌 생산이 자연히 늘어나 수면에 도움을 준다. 아데노신 수용체는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하는데 이 수용체에 아데노신이 결합하여 활성화되면 신경활동이 억제되고 졸음이 온다. 감태추출물은 수면 전반의 다양한 과정에 작용하여 수면에 도움을 준다.

감태를 처음 복용할 땐 성인은 3~5일동안 100~200mg으로 시작하여 필요에 따라 점진적으로 복용량을 늘린다. 권장 복용량은 200~400mg이며 1일 600mg을 초과하지 않는다.

부작용은 가벼운 편이다. 현기증, 위장장애, 두통, 입마름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③미강주정추출물

미강주정추출물은 쌀겨에 함유된 감마 오리자놀 성분을 추출한 것이다. 수면을 도와주는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고 있으며 장기복용에도 전혀 부담이 없다. 효능은 입면시간을 줄이고 카페인의 각성효과를 억제한다. 히스타민-1수용체를 저해하여 수면유도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1일섭취량은 미강주중추출물로서 1g이다. 취침 30분 전 섭취가 권장된다.

과량복용시 장내에 가스가 찰 수 있다. 위장관 궤양 협착, 위장관 좁아짐 등의 소화기계 이상 환자는 섬유질에 의해 위장관이 막힐 수 있으므로 가급적 복용을 피한다. 1차성 갑상선 저하 환자의 경우 감마오리자놀 300mg 경구 섭취시 혈중 TSH농도가 감소될 수 있으므로 갑상선 기능저하증 환자는 사용 전에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도록 한다.

④아쉬아간다추출물

아쉬아간다는 인도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붉은 열매를 가진 다년생 초본 식물로 뿌리와 잎을 원재료로 한다.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에서 사용하는 식물로 학명은 Withania Somnifera이며 인도인삼이라는 별칭이 있다. 겨울체리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한국의 꽈리같은 식물이다. 항산화 및 항스트레스에 도움을 주어 스트레스, 불안, 우울, 인지기능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건강 조건에서 연구되어 활용되고 있다. 코르티솔 수치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수면 유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식약처에서 부분인정하였다. 기능성분은 위타노사이드(Withanoside)이다.

1일 섭취량은 120mg이다.

과도하게 섭취 시 설사, 위부 불쾌감이 일어날 수 있으며 항우울제, 항암제 등의 약물과 상호작용 문제가 있을 수 있다.

⑤유단백가수분해물(락티움)

이름에서도 짐작하듯이 탈지 우유에서 분리한 카제인을 알킬화하고 트립신으로 가수분해하여 만든 것이다. 기능성분은 αS1카제인이다.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 수면에 도움이 되는 것에 착안하여 개발된 원료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소화불량, 감정변화 심혈관 문제등의 증상이 감소 되었다. Non REM수면 및 델타수면의 지속시간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GABA수용체 중 β1수용체의 발현을 증가시켜 수면의 질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트레스로 인한 혈압상승 코티졸 분비에 효과적으로 작용하여 정서적 안정을 도와주는 기능이 있다.

1일 섭취량은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 완화 목적에는 150mg, 수면의 질 개선 목적으로는 300mg이다.

우유 유래 성분이다보니 우유 및 유제품 알레르기,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주의를 요한다.

2. 부원료

주작용이 수면은 아니지만 수면영양제에 기능성 원료 외에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성분들을 추려보았다.

①테아닌(Theanine)

다른 식물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차와 일부 버섯 품종에만 들어있는 천연 유리아미노산으로 홍차와 녹차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녹차 특유의 아미노산으로 차에 함유된 총 아미노산의 50%에 달하고 말린 녹차 잎 중량의 1~2%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200ml 홍차 한 컵에는 약 24mg, 녹차 한 컵에는 약 8mg의 테아닌이 함유되어 있다.

테아닌은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정신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이며 안정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에도 영향을 미쳐 GABA수치를 올리는 것으로 추측된다. 세로토닌, 도파민, GABA 수치를 상승시키고 AMPA수용체, 카이닌산 수용체와 NMDA수용체의 마이크로몰의 유사성이 있다. 또한 글루탐산의 과도자극을 억제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뇌에서는 알파파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권장 섭취량은 최대 250mg이나 200mg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 섭취 목적에 따라 권장량이 조금씩 다르다.

지속적인 불안감엔 1일 50~250mg,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엔 1일 100~400mg.

월경전 증후군으로 인한 스트레스엔 1일 200mg.

수면장애나 불면증엔 1일 200~250mg.

②타트체리

강력한 항산화제인 안토시아닌과 퀘르세틴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만성질환과 염증 완화에 좋다. 멜라토닌과 트립토판도 풍부하여 수면의 질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③마그네슘

뉴런이 탈분극하여 흥분하기 위해서는 칼슘이 필요하다. 반대로 뉴런이 억제되는 데는 마그네슘이 필요하다. 과흥분된 신경을 안정시키는데 마그네슘을 쓰는 이유다.

④VB6(피리독신)

메티오닌 회로에서 글루탐산에서 GABA가 합성되는데는 피리독신이 필요하다. 피리독신을 보충함으로서 GABA합성을 촉진하여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3. 기타

①트립토판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전구체가 되는 아미노산이다. 일반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간주하나 일부 개인에게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수면개선 목적으로 1일 1g이 권장되고 있으며 보통 제품에는 500mg~1000mg정도 함유하고 있다.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소화장애, 두통, 졸음, 현기증이 있다. 과도하게 섭취하면 드물게 세로토닌 증후군이 발생한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와의 약물상호작용이 있을 수 있다.

②레돌민

수면유도제중에 유일하게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최면진정제로 분류되어 있다. 성분은 호프45%메탄올건조엑스 120mg, 길초근45%메탄올건조엑스 500mg이다.

12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은 수면 1시간 전에 1정을 물과 함께 복용하며 필요시 1.5정으로 증량 가능하다. 6세 이상 소아는 0.5정을 물과 함께 복용한다.

③발레리안 루트

레돌민에도 같이 들어있는 성분이며 길초근, 쥐오줌풀이라고도 한다. 뿌리를 사용하여 차로 마신다. 보르네올, 캄펜, 발레라논, 발레리아닌, 카티닌 등의 성분이 있는데 이 중 발레리아닌과 카티닌이 진정 작용을 한다. GABA수준을 높이는 작용을 하여 긴장을 완화하고 수면을 유도한다.

수면장애에는 1일 400~900mg을 수면 2시간~30분 전에 섭취한다.

스트레스와 불안에는 1일 200~600mg을 세 번에 나눠서 섭취한다.

소화장애에는 1일 200~300mg을 식후 섭취한다.

수면성 부작용, 소화기계문제, 신경계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처음 복용할 때는 낮은 용량부터 시작하여 반응을 확인하고 차츰 용량을 늘리는 게 좋다.

④락투신

상추에서 추출한 수면 성분이다. 상추를 먹으면 잠에 드는 것에 착안하여 나온 것 같다. 기능성 원료로 인정을 받진 못한 것 같고 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듯하다. 신경안정과 수면을 유도하는 락투신이 일반 상추보다 124배 함유된 흑하랑 상추가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다.

⑤산조인

묏대추 Ziziphus jujuba Miller의 씨로 만든 한약재이다(한국). 중국,일본에서는 Ziziphus jujuba var. spinosa의 씨를 사용한다. 현재 한국에서 생산되는 약재는 없고 대부분 수입한다. 수천년 동안 불면증, 허약 증세, 건망증, 식은땀, 신경쇠약 등 다양한 증상을 치료하는데 사용되어 왔다. 성분은 스피노사인, 사포닌 플라보노이드, 트레페닌 등으로 진정, 항염, 항산화, 면역력증진, 혈관 건강 개선등의 기능이 있다. 특히 스피노사인은 GABA수용체에 작용하여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진정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산조인은 뇌 내 세로토닌 수치를 증가시켜 수면 품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산조인은 불면증과 과면증 두 증상을 모두 치료해 주는 특이성을 갖고 있다. 불면증 증상으로 복용할 때는 반드시 볶은 씨를 사용해야 한다. 불안증세에는 치자와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더 좋다고 한다.

약재를 직접 사서 차를 끓여 마시거나 요리해 먹는 방법도 있고 간편하게 환이나 엑스제로 복용할 수 있게 나온 제품도 있다. 유사품인 면조인이 유통되고 있으니 약재 구입시 주의를 요한다.

정태원 엮음

동숭동 1994년 6월 30일 초판 발행

달팽이에 대한 책을 검색하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다. 표제작인 식인달팽이는 리플리로 유명한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 제목이다. 하이스미스의 단편집은 국내에 몇 권 나와있지만 달팽이를 소재로 한 단편만큼은 찾을 수가 없었고 오직 이 책에 딱 한편 실려있다. 발행된지 30년 된 책이기 때문에 중고서적에서 구매하거나 도서관에서 대출 가능하다. 나는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었다.  정태원 엮음에서 짐작할지 모르겠으나 여러 작가의 작품 중에 책의 취지와 역자의 취향에 맞는 단편들을 모아놓은 앤솔로지다. 책 날개에 엮은이의 이력이 간단하게 적혀 있어 옮겨보면 이 분은 중앙대 연영과를 졸업했고 오리콤 CM제작부와 AVC에서 활동했으며 Impro에서 근무하며 한국추리소설작가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고 했다. 역서로는 한밤의 지하철, 파문, 제로지점이 있다고 한다.

30년전에 출간된 책이라 작품 선정과 저작권은 차치하더라도 번역이 그다지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읽다보면 재밌는 단편이 몇 편 있다. 식인달팽이를 읽으려고 대출했지만 다른 단편도 그럭저럭 흥미롭기는 했다. 책에 수록된 단편제목과 저자는 다음과 같다.

프레데릭 브라운 -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뮤직

오거스트 덜레스 - 또 한 명의 아이

레슬리 폴스 하트레이 - 주말의 손님

레이 브레드버리 - 장의사

헨리 스레사 - 신의 은총

존 콜리어 - 특별배달

패트리시아 하이스미스 - 식인 달팽이

잭 요네 - 암코양이 미나

재럴드 커슈 - 바다로 가는 슬픈 길

브랫리 스트릭 랜드 - 묘비명

찰즈 보몬트 - 자장가

리차드 마티슨 - 나의 꿈꾸는 여자

매트 존슨, 프린스 구먼 작, 홍경탁 옮김

BLINDSIGHT 2020년 출판

2021년 7월 30일 한국어판 발행

   신경과학을 마케팅에 처음 접목한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마크 린드스트롬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그 후에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대중들에게 기업의 속임수를 경고하는데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인 마케터 중에 인간의 양심을 버리지 않은 대단히 드문 경우다. 하지만 그가 신경과학을 마케팅에 도입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는 했을 것 같다. 기능성MRI로 사람의 뇌 반응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가 왔는데 이익추구를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기업에서 이 기술을 도입하지 않을리가 있는가.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기업은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한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진 괴물이다.

   기업들이 이용하는 기법은 은밀해서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수법을 쓰는지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기업들이 어떤 심리를 이용하는지 뇌과학을 이용해 12장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뇌과학이나 신경과학은 21세기에 들어서 가장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학문이라 2020년에 출간된 이 책은 2024년인 지금 시점에서는 이미 고전이나 다름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기업의 마케팅이 나의 무엇을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과정은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이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재밌다. 뇌과학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도 흥미로울 것이고 마케팅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공부가 될 것이며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일상을 보는 관점이 조금씩이나마 달라질 것이라고 감히 단언해본다.